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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시작과 하드보일드

FlightSim 2020. 1. 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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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눈이 덮인 험한 들판을 달리느라 숨이 가쁜 우리의 먼 조상은 해가 뉘엿하게 기울자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보금자리 동굴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깁니다. 오늘은 어제와 달리 일진이 좋지 않아 사냥감도 찾지 못하고 채집한 과일도 땅에 떨어진 지 한참인지 상한 것 같습니다.

습기 차 눅눅한 동굴의 문간에 앉아 사냥으로 피곤한 몸을 누이고 타오르는 모닥불의 희미한 열기에 손가락 뼛속 깊이 스며든 냉기를 녹이는 먼 옛날의 선조를 상상해 봅니다.

별다른 생각 없이 고개를 들어 내일의 날씨를 점쳐 보려 합니다. 내일도 들판을 뛰며 창을 휘두르려면 함박눈이 더 이상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기원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즈음 약탈이 심한 호모사피엔스들이 자신의 동굴을 찾지 못하도록 동굴 입구를 위장하고 사냥의 운을 기원하는 벽화를 그려 보기도 합니다.

석기에서 기술을 발전시켜 토기를 구워 내기 시작한 선조는 점점 커지는 뇌의 용량 변화의 영향으로 여러 가지 생각에 머리가 아픕니다. 선조는 원시적이지만 지극히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강력한 창과 떼사냥으로 배고픔의 걱정이 사라지고 집단생활로 짐승의 공격으로 인한 공포에서 어느 정도 해방되자 밤하늘에 밝게 빛나는 무수한 빛덩어리와 따뜻하게 비추이는 커다란 동그라미에 대해 원초적인 물음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겁니다.

그리곤 나름대로 자신이 던진 물음들에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 봅니다. 마음에 드는 재미있는 이야기는 사냥 동료들에게도 손발 짓과 그림을 통해 전달해 보고도 싶습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만들어 보았지만 모든 이야기들의 근본적인 전제가 되는 물음 하나가 남습니다.

 

이 모든 것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목차

 

1. 이 모든 것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009

2. 견디지 못하게 엄청나게 뜨거울 테니까요 037

3. 시계가 ‘0’을 가리키는 시점이 반드시 존재하여야만 합니다 043

4. 의미 있는 답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057

5. 보세요 제가 전에 말씀드렸잖아요 당신들이 틀렸다고요 065

6. 찰나의 순간에 뜨거운 점에서 모든 것이 창조된 급작스러운 우주 083

7. 청출어람 091

8. 각종 원소를 만들기 위한 적당한 온도의 개별적인 공장 109

9. 기가 막히게 좋은 타이밍에 적당한 속도로 충돌하여 핵융합을 일으키는 확률 115

10. 귀소본능은 죽음을 초래할 수도 있다 127

11. 마지막 퍼즐 조각의 모양과 색깔은 알고 있지만 이 조각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알 수 없는 답답한 상황 159

12. 어째서 우리우주는 크게 보면 균일하고 자세히 보면 불균일할까 167

13. 내가 못 하게 된다면 내 경쟁자도 성공해서는 안 된다 179

14. 검증 이전에는 황당무계한 논설 191

15. 해답을 적당히 추측하고 유도 과정을 대강 그럴듯하게 적고 197

16. 개벽 직후에 엄청난 확장이 일어났다 207

17. 등방성과 균질성, 그리고 절묘하게 유지되는 에너지의 균형 217

18. 137억 9980만 년 전의 개벽 이후에 찰나 동안의 확장의 양상 227

19. 먼 옛날엔 존재했었지만 오늘날에는 눈씻고도 찾을 수 없는 존재 241

20.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스칼라 장 247

21. 여사가 느끼는 피곤함은 파티장에 도착했을 때와는 전혀 다르다 253

22. 지터베베궁 259

23. 기회를 기다렸다가 집중적이고 과격한 형식으로 방출 279

24. 줄어든 공간만큼 감소된 에너지 295

25. 인플레이션 종료의 역설 혹은 우아한 퇴장 301

26. 터널링 효과로 ‘무’에서 드 지터 공간으로의 이행 과정을 기술하는 우주론적 파동함수 311

27. 형식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형식이 존재하는 상태로의 상전이 331

28. 맹렬하게 타올랐다가 장렬하게 식어 버리는 로맨틱한 우주관 339

29. 우연을 매개로 필연적으로 발생 345

 

보론補論 351

이 책을 마친 후 읽어볼 만한 책과 참고 문헌 379

 

저자 : 조현일

서울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하고 캐나다 브리티쉬 콜럼비아 대학 건축대학원에서 건축과 철학을 공부했습니다. 양자해석과 과학철학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코다』(1~5권), 『얽힘』, 『가르강튀아』를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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